가장 변화가 많을 곳으로 이사하기
서울 내 여러 지역을 다니다가 어디가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마음 가는 동네가 2-3군데로 추려지게 된다. 최종 후보지는 마포 vs 이촌동 이었고, 나는 마포, 와이프는 동부이촌동을 주장했다.
나의 주장
- 마포자이1차가 초등학교랑 학원가도 가깝고 육아에 최적화 되어 있다.
- 대출도 더 적게 받아도 된다.
- 상대적으로 덜 오래된 집이고 집도 더 넓고 안방에 파우더룸 및 화장실도 더 쾌적하다.
- 주방이 넓다.
와이프의 주장
- 동부이촌동은 본인 회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 용산에 개발 호재가 훨씬 더 많다. 즉, 앞으로 주변 환경에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 걸어서 이촌한강공원과 용산가족공원, 용산어린이정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 초중고를 모두 동네에서 보낼 수 있다. 고등학교는 논외로 하더라도 적어도 중학교까지 3분 이내로 등하원이 가능하다.
결국 와이프의 주장에 설득 되었고, 이촌동을 중심으로 여러 집을 보러 다녔다.
1. 한강삼익(2023년)
우리 부부는 몸테크를 불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충만했기에 접근 가능한 수준의 재건축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 그나마 유일하게 접근가능했던 재건축 아파트는 한강삼익 이었는데 1층 아파트가 급매로 나와있어 보러갔다. 다만, 수리가 거의 안된 날 것의 집이었고, 와이프는 상태를 보더니 도저히 여기서 실거주를 할 자신이 없다며 갈등했다. 나는 우리가 아크로루센티움(한강삼익 재건축 브랜드)에 살 수 있는 길은 이 방법 밖에 없다며 설득했지만, 나 역시 자신이 없어 밀어 붙이지 못 했다. 특히 1대1 재건축이고, 앞에 학교가 있어 층고를 높이는데 제약이 있다 보니 분담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재건축조합에도 전화해보고 분담금 계산방법을 찾아서 혼자 계산도 해보고, 부동산에서 자세히 상담도 해봤는데 우선 예상 분담금만 5억 정도였고(지금은 공사비 급등으로 더 올랐을 것 같다..), 재초환(초과이익환수제) 역시 추가로 부담할 수 있던 상황이라 며칠 간의 고민 끝에 포기.
2. 동부센트레빌(2023년)
동부센트레빌은 이촌동의 한·강·코(한가람, 한강대우, 강촌, 코오롱) 아파트보다 신축에 가까운 아파트였고, 심지어 앞동은 영구 한강뷰인 세대들도 다수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는데, 거실 통창에서 보이는 한강뷰에 바로 입주 하고픈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다만, 어린 미취학 아동 2명이 있다 보니, 초등학교 및 중학교와의 거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강뷰가 보이는 집은 비싸기도 했고.. 그래서 결국 포기.
3. 한가람·한강대우(2023년)
한가람과 한강대우 아파트는 정말 여러 차례 집을 보러 다녔다. 정말 동·호수에 따라 특징이 정말 다르고, 특히 경의중앙선 근처 아파트는 소음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되었다. 특히, 한가람 아파트 중 철길 바로 앞에 있던 집은 가계약 바로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포기하게 되었는데, 그 집은 두 차례나 보러 갔었고, 소음이 어떤지 궁금해서 베란다 창문을 다 열고 기차 지나갈 때 들리는 소리를 여러 차례 듣고 집에서 나오기도 했다. 동부이촌동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서 철길 소음에 대해 검색해서 거주민들의 후기를 일일이 찾아보기도 했다. 심지어 저녁에 한가람 아파트와 철길 사이에 주차장이 길게 있는데 거기에 운전해서 가서 차를 주차해 놓고 소음이 어떠한지 한참을 있기도 했다. 우선 나랑 와이프 모두 조용한 곳을 선호 했고, 화물열차가 지나갈 때 꽤 큰 소음이 발생하고 분진이 심하다는 후기가 있어 결국 포기. (경의중앙선 지하화 되면 정말 좋아지겠지만 한참 걸릴 일이다 보니..) 그리고 다른 좋은 위치의 집은 매물도 별로 없거니와 가격도 너무 비싸서 결국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마음 먹었다.
4. 강촌
우선 와이프가 직장이 가깝다 보니 이촌동 아파트들을 많이 보러 다녔는데, 그 중 강촌 아파트에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고 해서 주말에 같이 방문했다. 우선 유치원이 넘어지면 코앞이고 초등학교 중학교가 3분 컷인 부분이 매력적이었고,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다 보니 뷰가 트여있어서 환한 느낌이 들었다. 한가람 및 한강대우 집을 보러 다닐 때 철길 소음에 걱정을 많이 해서 그랬는지 강촌은 단지 자체가 조용한 느낌이었다. 대신 공원뷰 혹은 한강뷰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실거주 목적의 조용한 집에서 아이를 잘 키우자는 우리의 목적에 가장 부합했다.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강촌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5. 결론
사실 이사를 하게 된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시장 평균보다 덜 상승하는 것 같아서 이왕 실거주 할거면 나중에 자산가치가 더 높아질 곳으로 이사 가자는 생각에 시작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선 용산민족공원이 장기적으로는 개발될 것이고, 한강공원은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개발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촌동으로 결정한 것 같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이런 저런 부동산 책도 많이 보고, 유튜브도 찾아 보면서 투자 관점에서는 앞으로 가장 변화가 많을 곳으로 가라는 말이 가장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투자 관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곳, 그리고 자녀들 교육 환경도 어느 정도 괜찮은 곳을 찾고 싶었고, 우리가 목표했던 바에 부합하는 곳을 찾아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몇 개월 살아보니 어디로 이사 갔어도 만족했을 것 같긴 하다. 서울 및 수도권의 주거 환경들은 모두 잘 갖춰져 있고, 주거 공간이라는 것이 익숙해지고 적응하면 자연스럽게 정도 들고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급지를 나누어 어디가 더 좋고 나쁘다고 하며 설전을 벌이지만, 사실 저마다의 취향과 처한 환경이 다른데 획일적인 기준으로 주거지를 서열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전문가분이 유튜브에 나와서 한 인터뷰 중 인상 깊었던 말로 갈아타기 후기를 마무리 하려 한다.
“가슴이 떨리면 사고, 손이 떨리면 사지 마라.”